[기자수첩]문화예술 지원, 줄이는 것이 능사인가 운영을 바로잡는 것이 먼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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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9-21 07:28본문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필요한가. 답은 어렵지 않다. 문화예술은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공공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원의 필요성이 아니라 어떻게 지원하고, 어디에 세금을 투입하며, 그 돈이 어떤 성과로 돌아오는가에 있다.
최근 경기도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 지점을 되묻고 있다.
경기도는 영화제의 성과와 조직 운영비 등을 문제로 들며 재정지원 규모와 운영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김민석 당대표는 경기도의 축소 운영 방침을 두고 청년 영화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실상 공공기관의 신뢰를 저버린 조치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한쪽에는 제한된 지방재정 속에서 예산의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행정의 책무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장기간 공공의 지원을 전제로 성장해 온 국제영화제의 지속성과 문화적 가치를 단순한 비용·성과 지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이 옳으냐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과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라면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검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DMZ영화제와 별도로 경기콘텐츠진흥원을 통해 6개 소규모 영화제에 총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원 규모와 형평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도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는 최근 몇 년간 얼마의 예산이 투입됐는가. 그 가운데 실제 영화 제작·상영·관객 프로그램에 사용된 금액과 조직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각각 얼마인가.
관객 수와 국내외 영화인 참여 규모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영화제 개최가 지역경제와 관광, 문화산업에 미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또 다른 영화제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지원금 1억원이 각각 어떤 성과를 냈는지도 공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료가 공개돼야 비로소 '방만한 운영'이라는 주장도, '문화예술에 대한 과도한 축소'라는 주장도 사실관계에 근거해 검증할 수 있다.
추 지사는 문화예술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고비용 운영구조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은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
예산을 줄이는 것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원금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면 단기적으로는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제적인 문화 브랜드와 전문인력, 축적된 네트워크가 훼손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반대로 '문화예술'이라는 명분만으로 기존 조직과 예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존폐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투명한 성과 검증과 합리적인 지원체계의 재설계다.
영화제에 지원하되 조직 유지비와 사업비를 명확히 구분하고, 일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예산을 차등 배분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국제영화제로서의 공공성과 산업적 효과가 확인된다면 그에 맞는 지원을 하고, 성과가 부족한 사업은 개선계획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다.
지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확대하려면 그 근거가 공개되어야 한다. 평가 기준 역시 사전에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영화제 측도 행정의 판단을 수용할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고, 도민 역시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문화예술과 재정 건전성은 반드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문제는 지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고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영화제의 예산 삭감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기회에 경기도의 문화예술 지원사업 전반을 같은 잣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원 규모, 조직 운영비, 사업비, 관객 수, 지역경제 효과, 국내외 평가, 민간재원 유치 실적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민 앞에서 비교·검증한다면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수 있다.
혈세는 아껴야 한다. 그러나 문화예술의 가치를 비용표 하나로만 계산해서도 안 된다.
행정의 역할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 효율성이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데 있다.
이번 논란이 누군가의 책임 공방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경기도 문화예술 지원체계를 한 단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결국 행정이 얼마나 구체적인 자료와 기준을 국민 앞에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다.
왜 줄이는지, 왜 지원하는지, 얼마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돈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다.
그것이 문화예술 지원에도, 지방재정에도 필요한 '공정'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