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용자는 늘었는데 문을 닫는 안성휴게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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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8-25 11:57본문
“이용자가 늘고 있는데, 왜 문을 닫아야 하는가.”
8월 2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경기도립 안성휴게소의원 폐쇄 결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다.
이날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백승기 위원장과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안성휴게소의원 폐쇄 결정의 철회를 촉구했다. 단순히 한 의료기관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으로 보기에는 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우려가 적지 않아 보였다.
경기도는 지난 6월 30일 안성휴게소의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낮은 이용 수요와 설립 목적의 불일치, 재정사업평가 결과 등을 주요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약 4억5,500만원의 운영비가 필요하고, 2025년 보조금을 제외한 당기순손실이 4억3,800만원에 달한다는 점도 폐쇄 근거로 제시됐다.
재정의 효율성은 분명 중요한 문제다.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행정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공공의료시설의 가치를 단순히 이용자 수와 손익계산서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도가 제시한 이용 실적을 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안성휴게소의원 이용자는 2023년 8,347명에서 2024년 8,731명, 2025년 9,257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일평균 이용자 수도 23명에서 25.3명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 이용자는 2023년 2,731명에서 2025년 3,678명으로 34.7%나 증가했다. 2025년에는 전체 이용자의 77.4%가 경기도 거주자였다.
그렇다면 ‘낮은 이용 수요’를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는 설명만으로 시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안성휴게소의원은 처음부터 일반적인 수익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료기관이 아니었다. 2018년 도민정책제안으로 채택된 뒤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의 협약을 거쳐 2021년 7월 문을 열었다. 고속도로 이용자와 장거리 운전자, 휴게소 종사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의료취약지역인 안성시 원곡면과 인근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전국 최초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공공의료시설이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공공의료의 가치는 환자 한 명을 진료해 얼마의 수익을 냈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의료기관이 필요한 순간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 주민에게는 안전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성시민 600여 명이 짧은 기간 동안 폐쇄 반대와 존치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는 점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민들이 이 시설을 실제 생활 속 의료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론 운영비 부담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존치를 주장한다면 재정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이용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경기도와 안성시, 한국도로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폐쇄는 가장 쉬운 결론일 수 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공의료시설의 설립 취지와 현재의 이용 실태를 다시 살펴보고, 운영 방식 개선이나 비용 절감, 진료 기능 조정 등 존치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경기도에 요구한 것은 단순히 적자를 감수하고 무조건 운영해 달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공공의료시설을 없애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해 달라”**는 호소에 가깝다.
이용자가 늘고 있는 시설을 폐쇄하면서 과연 행정의 효율성만으로 그 결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공공의료는 필요할 때 찾는 서비스인 동시에,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갖춰두는 사회적 안전망이기도 하다.
안성휴게소의원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숫자로 나타난 재정 부담뿐 아니라 숫자 뒤에 있는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과 공공의료의 가치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제 공은 경기도에 넘어갔다.
600여 명의 시민이 모은 서명과 현장의 목소리에 경기도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그리고 폐쇄 결정 이전에 충분한 대안 검토가 있었는지 지켜볼 일이다.
문을 닫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한 번 사라진 공공의료시설을 다시 만드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번 결정만큼은 효율성의 잣대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공공의료라는 또 다른 가치의 잣대로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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